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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12성문 종주 산행 (5/5)
박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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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te : 2021.05.21 |
‘그렇다면 ‘遊山如人生’이 아닌가?‘ 대학자들이야 글 읽기와 유산을 비유했지만 우리 같은 범인(凡人)들에게는 평생 살아온 굴곡된 인생 여정이 구비치는 능선을 보며 생각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리고 보니 오늘의 여정이 마치 내가 걸어온 인생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부모님 덕으로 세상에 태어나 앞에 보이는 의상능선처럼 성장과 입시, 회사 입사 등의 여러 거친 고비를 넘어왔다. 이후로는 산성주능선처럼 다소 부드러운 물결 같은, 그러나 결코 쉽지 않은 고비를 넘으며 긴 여정을 살아왔다. 이 인생이 백운대(실제로는 백운봉암문)라는 정점에 오른 후 급경사의 내리막을 내려와 원효봉에서 잠시 쉬면서 그간의 여정을 되새겨보며 얼마 남지 않은 여정을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맞아. 遊山(지금으로는 登山)은 너무나도 人生과 같아. 고비를 마주할 때 마다 그것이 전부인양 생각되는데 전체를 보면 그것은 한갓 작은 물결에 지나지 않는 것이지. 힘들지만 그 고비를 계속 넘어왔잖아. 오늘 나는 의상능선, 산성주능선, 백운대를 거쳐 지금 원효봉에 서 있고 이제는 서암문만 남겨놓고 있지. 내 인생도 수많은 굴곡을 거치며 나이 70이 넘었고 이제는 자연으로 돌아갈 길지 않은 시간만 남기고 있잖아.‘ ’이제는 남아있는 찌꺼기 같은 욕심을 서서히 비워내며 마무리를 준비하고 실행해야 할 시간인 것 같아. 그 동안 부모님이 주신 것을 참 잘 써왔는데 이제는 그 모든 것을 돌려주고 부모님 곁으로 가야할 때가 가까워진 거야.’ 구비치는 의상능선을 한없이 바라보며 지나온 인생을 되돌아보다가 원효봉에서 쉬고 있는 그들을 뒤로 하며 서암문으로 향한다. 이제는 쥐가 나는 걱정은 사라진 것 같은 데 체력이 바닥나 몸이 흔들려 한 걸음 한 걸음을 조심스럽게 내딛는다. 몇 차례의 쉬고 걷기를 반복한 후 서암문을 거쳐 효자리로 내려왔다. 평지를 걸으니 풀렸던 다리에 조금씩 힘이 돌아온다. 완전히 맥이 풀려 퍼지지 않고 체력이 다소나마 돌아오는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 북한산탐방지원센터에 도착하니 다섯 시가 넘어 있어 따져보니 총 9시간 가깝게 걸은 것 같다. 시작점에서 대남문까지 3시간 20분 정도 걸렸는데 백운봉암문에서 내려오는 길이 2시간 45분이나 걸렸으니 정말 힘들게 내려온 것이다. 그래도 우연찮은 만남으로 원효봉 가는 지름길을 가는 복도 누렸고 안전하게 마쳤으니 오늘의 일정은 대성공이다.(두 사람을 만나면 콜라를 한잔 사려고 했는데 그들은 그때까지 내려오지 않았다.) 피곤한 몸으로 집에 도착하니 손자 이현이가 반갑게 뛰어든다. 휴일이라 아들이 손자와 같이 안성에 있다는 공원을 가는 걸 알면서도 ‘할머니랑 같이 잘 놀겠지’하며 나선 12성문 종주산행이었다. ‘이현아 미안해~ 다음에 할아버지가 잘 놀아줄게‘ 그러면서 맥주 한잔에 골아 떨어졌다. ‘아! 북한산 13성문’ (산행 후 몸무게 3kg 감소, 소변양이 평소대로 돌아오는데 만 하루 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