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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 고독의 길" 초짜의 암벽등반 후기 (1/3)
박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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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te : 2012.09.05 |
| 「인수 고독의 길」 초짜(初者)의 암벽등반 후기 2012. 8. 4. 박 홍 기 괜히 한다고 했나? 내 나이가 지금 몇인데 이런 무모한 짓을. 그렇다고 지금 돌아서면 체면이 말이 아닌데. 할 수 있겠지 뭐, 이때 안하면 언제 하겠어?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잖아? 다리를 무리하게 쭉 벌리면 가끔 쥐가 날 때도 있지만 아직까지 팔다리에 힘은 있으니까 못할게 뭐 있겠어? 그리고 여러 사람이 앞 뒤에서 잘 봐줄꺼잖아. 「자일을 몸에 매고 올라가니까 릿지등반보다 오히려 안전해.」 이번 100회 등산기념 암벽등반 행사에 참여할까 말까 생각하며 지난 번 등산(99회) 후 점심식사 중에 내가 물었을 때 정사장이 나에게 한 말이다. 행사를 주관하기로 한 양사장도 나에게 용기를 불어 넣어 주었다. 「할 수 있어, 별거 아냐.」 그래도 너무 하잖아 이건. 장비도 없고(안전벨트 - 하네스, 보호 헬멧, 하강 시 사용할 가죽장갑, 암벽화 등), 암벽등반 교육도 안 받고(김사장은 등산학교에서 정식 교육을 받아 지금은 수준급이고, 윤총무도 3달 동안이나 등반교육 받았다는데, 장교수님, 양사장, 정사장은 학교 다닐 때부터 등반한 베테란들이고), 몸은 둔하고, 인간이 독종도 아니고. 완전히 무모함과 불성실, 준비부족의 백화점이네. 너무 무책임한 거 아니야? 자신과, 그리고 동반자들에게. 그래도 사고는 안 나겠지. 이제까지 무사히 건강하게 산 것을 보면 금방 갈 명(命)은 아닌 것 같은데. 에라 모든게 다 하늘 뜻이다. 끝까지 「GO」 오만가지 생각에 머리 속이 복잡하여 가파른 산길을 숨가뿐지도 모르고 앞사람의 신발만 보며 정신없이 올라간다. 「고독의 길」 시점으로 올라가는 길은 뭐 이리 길고 가파른지. 시작도 하기 전에 힘 다 빠지겠네. 혼자서 생각하고, 후회하고, 반성하고, 그러다가 용기를 내어 다짐하는 등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마음의 갈등을 안고 숲속을 오르다 보니 이제는 옆으로 이동한다. 왼쪽으로 시선을 들어보니 인수봉의 거대한 암벽이 나무 사이로 시야에 들어온다. 이제는 마지막 결정의 시간이 다 되어가고 있다. 이봐 어떻게 할거야? 그런데 발 밑이 이상하다. 어라, 이게 왜 이러지? 혹시 등산화가? 발을 들어 밑을 보니 등산화 밑창이 제법 벌어져 있다. 어제 집에서 출발할 때 어떤 신발을 신을까 생각하다 목이 단단한 새 신발보다는 발목이 편한 신발이 좋겠다고 생각해 헌 신발을 신었는데 이것이 문제였다. 조금 이상은 했지만 그래도 이럴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마지막 문턱에서 발목을 잡는다. 이게 하늘 뜻인가? 「GO」가 하늘 뜻 아니었나? 다시 머리 속이 복잡해진다. 엊그제 강대장의 전화가 떠오른다. “왠일이야?” “아니 등반이 내일 모랜데 아무 연락이 없어 기다리다가 내가 연락을 했지요” 꼼꼼하게 챙기며 시어머니 노릇을 하는 우리 산악회의 등반대장 강대장이 암벽등반 기초장비를 준비하는데 동행해주겠다는 제안이다. “그냥 장비 빌려서 하려고 하는데. 장비를 사서 갈 생각은 없구” 남의 일처럼 대답한 나(이게 자기일이지 남의 일인가? 성의없기는) “뭐 필요한지는 알아? 빌릴데는 있수?” 다시 확인하는 강대장 할 말이 없어 그냥 얼버므리며 “알아봐야겠네” 그 무성의와 태만에 대한 응징이, 하지만 다행히도 출발 전에 경고를 보낸다. 우리가 짧지 않은 인생을 살면서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순리를 거스리지 않는 것. 순리를 거스리면 무리가 따르고, 사고가 생기는 법이다. 무엇이 순리인 줄 모를 때는 할 수 없지만. 이게 뭐야, 개망신이네. 당황하고 미안한 마음에 우물쭈물 따라가다가 「이게 하늘 뜻인가 보다」하고 드디어 결심을 한다. “교수님, 저 오늘 안되겠는데요.” “아니 왜 갑자기” “그게 … 신발에 문제가 생겨서요. 그냥 다섯 분이 가시죠. 저는 돌아가야겠어요” “전에 신발 새로 샀잖아요. 그게 벌써 밑창이 떨어져요?” 김사장이 답답하다는 듯이 끼어든다. “그게 실은 …” 정말 망신살이 뻗쳤다. 이래가지고 무슨 암벽 등반이냐? 스스로가 한심스럽고 답답하다. 확인을 해야지 확인을. 아침에 야영장에서 식사하며 미심쩍은 마음에 마지막으로 교수님께 여쭈어보았다. “제가 잘 할 수 있을까요?” “겁먹지만 않으면 할 수 있을 거야. 겁먹으면 안되고” 이상하게 겁은 별로 안나는데 정말 겁만 안 먹으면 괜찮을까? 바위를 밟아보지도 않은 초짜를 데리고 가야 하니 책임자이신 교수님 속이 얼마나 답답하실까 싶은데 “그래도 하강은 연습 좀 해야 하는거 아니야?” 불안하신 마음이 금새 토출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