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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 고독의 길" 초짜의 암벽등반 후기 (2/3)
박홍기
Date : 2012.09.05
그래서 밥먹다가 바로 앞에 있는 2~3m 정도 높이의 바위에서 양사장한테 안전벨트 매는 법, 자일을 하강기 고리에 끼고 손으로 푸는 법을 속성으로 배웠다.
그렇게 온갖 주접을 떨었는데 이게 무슨 망신이야.
다른 사람들은 나와 동행하는 것을 포기하고 이제는 다섯 사람이 어떻게 고독의 길을 잘 다녀올 것인지 얘기를 한다.
산악회의 전문 사진작가 문사장(아니 문작가가 더 어울리나?)이 양사장과 인수봉 하강 시 기념촬영을 위한 시간약속을 하고, 출발전 기념촬영도 하고 하는데, 내 귀에는 들어오지도 않고 도무지 씁쓸하고 미안한 마음에 얼른 헤어지고 싶을 뿐이다.
“고독의 길 밑까지 가서 다른 분들 암벽 출발하시면 저랑 같이 내려가시지요.”
문사장이 나를 위로한다.
“그럽시다.”
생각할 필요도 없이 동의하며, 그런데 내려가서 오전 내내 뭐하지?
생각할수록 나 자신에게 짜증스럽고, 포기하기로 하자 아쉬운 마음이 가득해진다.
드디어 고독의 길 출발점에 도착한 우리는 또 기념사진도 찍고 등반준비를 한다.
그때 갑자기 뒤에서 들려온 윤총무의 한마디에 정신이 번쩍 든다.
“박부회장님, 제 릿지화 발에 맞으면 신고 올라가시겠어요?”
아니 이건 무슨 얘기인가, 그러면 자기는?
“저는 암벽화로 갈아 신을거니까 발에 맞으면 신으세요.”
신발을 신어보니 조금 작은 듯 하지만 신을 만 하다.
이렇게 하늘 뜻은 다시 바뀌고 나의 「인수 고독의 길」 암벽 등반은 시작된다.

맨 앞(선등)은 양사장이 맡고, 그 다음은 김사장, 윤총무, 그리고 정사장이 내 앞에 서고 장교수님이 맨 뒤에서 마무리를 하며 내가 올라가는 것을 도와주시는 것으로 순서를 정한다.
첫 발을 내디디면서 기념사진 한 장 찰칵하고 올라가는데(그때까지 문작가는 기다리며 등반자들의 안전등반을 기원해주고 있다.) 어느새 정사장이 출발한다.
나는 정사장이 손으로 잡고 발을 딛는 위치를 유심히 보고 그대로 하리라 생각하는데, 그새 장교수님은 내 허리를 자일로 단단하게 묶고 안전고리(carabiner?)를 걸어 주시며 자일 묶는 법, 안전고리 사용하는 법, 한 피치(pitch) 올라가 대기하는 장소에서는 반드시 안전고리를 고정점에 확실히 걸어 안전을 확보하여야 한다는 등의 주의사항을 꼼꼼히 설명해 주신다.
드디어 내가 출발.
처음 한손, 한발은 정사장을 따라 했다고 생각했지만 그 이후는 어디를 잡고, 어디에 발을 두어야 할지 당황해 하며 마치 어린 애기가 엄마 옷자락을 본능적으로 꼭 쥐듯 바위의 갈라진 틈이나 튀어나온 것을 손으로 잡고 발로 디디며 1단계를 올라간다.
올라가 나무에 안전을 확보한 후 아래를 보니 장교수님이 올라오시는데, 그 곳을 내가 올라온 것이 스스로 대견스럽기도 하고, 남들은 어떻게 보았는지 모르지만 내 생각에는 그리 헤매지 않고 올라 왔다는 생각에 어느 정도 체면유지는 됐겠구나 하고 안도의 숨을 내쉰다.
그 다음 피치도 정신을 바짝차리고(나중에 기억나는 것이 별로 없는 것으로 보아 실제로는 정신없이 올라간 것 같다.)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바위에 엎드리면 더 미끄러지고, 가능한 한 바위에 발을 수직으로 붙이려고 해도 손 잡을 데를 못찾고, 급하면 무릎으로 바위에 지탱하고. 여하튼 몸부림을 치며 올라가다 보니 장교수님으로부터 처음 생각했던 것 보다는 제법 잘 올라간다는 얘기도 들어 뿌듯하기도 하다.
중간 중간 쉴 수 있는 장소가 있어 산 아래를 조망하며 경치를 즐길 수도 있지만 다음은 또 어떤 난관이 있을 것인가 하는 걱정 때문에 경관을 즐길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어떤 피치에서는 결국 미끄러져 밑에서 다시 올라오는 일도 발생하지만 몸이 자일에 매어있어 사고의 위험성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마지막 난관은 영자크랙(처음에는 영자인지 명자인지 헷갈렸지만 나중에 영자의 전성시대 얘기를 듣고 영자임을 확인)인데 크랙이 좁고 얕아서 도저히 크랙 안으로 손가락을 걸고 발 끝을 넣어 올라갈 수가 없다.
이래서 암벽화가 필요한 거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올라가는 것을 포기하고 바위에 엎드려 자일에 매달리며 빌레이(선,후등자를 위해 자일을 감아 매 안정시키는 것)를 하던 윤총무에게 소리친다.
“못 올라가겠어. 꼭 잡고 끌어올려 줘”
이 때 밑에서 장교수님이 끌어 올리는 것은 불가능하니 내가 줄을 잡고 올라가야 한다고 하셔 나는 다시 소리친다.
“자일 잡고 올라 갈테니 줄 꼭 잡고 있어”
겨우 겨우 위에 오르니 자일을 나무에 걸고 몸에 감아 내 무게를 지탱하고 있는 윤총무가 보인다.
너무 미안하고 고맙다.(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