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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 고독의 길" 초짜의 암벽등반 후기 (3/3)
박홍기
Date : 2012.09.05
여러 일을 겪으며 마침내 인수봉 정상에 오른다.
백운대. 많은 사람들이 바로 앞 건너편에 보인다.
아! 드디어 내가 인수봉에 올랐구나.
나는 절대로 갈 수 없다고 생각하던 그곳에 내가 이렇게 서 있다니.
무모한 도전이지만 나 자신이 대견스럽고, 같이 등반하며 끌어준 여러 분들의 도움에 감사하는 마음이 가득해진다.
정상의 그늘에 몸을 누인다.
이제 하강이라는 마지막 고비가 남아 있는데, 당초 예상보다 일찍 올라와서 30분 정도를 정상에서 쉬며 시간을 보낸다.
정상 바위 밑 그늘에 몸을 누이자 긴장이 풀어지며 약간의 졸음이 밀려온다.
하지만 깜박 졸다가 천길 낭떠러지로 굴러 떨어질까봐 긴장을 늦추지는 못한다.
백운대 팀과 맞춘 시간이 가까워지며 슬슬 하강 준비를 한다.
하강을 위한 자일을 거는 곳까지 머리의 이마같은 급경사의 암반을 걸어가야 하는데 양사장이 다가와 발 끝에 힘을 주고 걸을 것을 조언한다.
이번 등반을 주관하며 맨 앞에서 우리를 이끈 양사장은 마지막 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안전한 하강에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경사면을 조심스럽게 내려가며 여기서 미끄러지면 정말 끝이구나 하는 긴장감에 한걸음 한걸음이 조심스럽다.
드디어 하강을 시작하는 지점에 도착.
1번으로 하강할 정사장이 자일을 하강기에 걸고 있다.
이때 뒤에서 장교수님의 고함소리.
자일을 하강기에 거는 도중 또 다른 안전고리를 암벽의 고정철물에 거는 것을 소홀히 하는 것을 보신 교수님의 경고다.
멀리 뒤에서도 우리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모두 주의깊게 보고 계신다.
정사장과 윤총무가 무사히 하강한 후 드디어 내가 하강할 차례.
이때 양사장이 안전벨트를 서로 연결하고 나와 같이 하강할 준비를 한다.
미숙한 내가 자일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해 미끄러질 것을 염려한 조치다.
양사장에게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는 방법이지만 리더로서 초보자의 안전을 지켜주겠다는 마음이 무척 고맙다.
「이렇게 동반한 모든 이들이 서로의 안전을 지켜주니 무사히 내려가겠지」
자일을 손으로 조정하며 하강하는데 자일의 미끄러지는 속도가 의외로 빨라 손에 힘을 주어 움켜쥐니 마찰로 손바닥이 뜨거워진다.
준비 소홀에 대한 마지막 응징
장갑이 부실하여 자일을 조절하는 것이 원활하지 못하다 보니 하강자세가 엉거주춤한데 아래에서는 문작가가 멋있는 포즈를 취하라고 소리친다.
「됐어요, 초보자 티가 팍팍나겠지만 무사히 내려가고 있잖아요. 대성공이야」
골프를 시작하고 머리를 올릴 때보다 솟아나는 기쁨과 뿌듯함이 백배 천배 더하다.
아래에 당도하니 여러 사람이 축하해 주는데, 특히 김시격부사장의 부러움에 찬 축하에 은근히 마음이 들뜬다.
“대단하시네요. 어떻게 암벽등반을. 저도 해보고 싶었지만 용기를 못내서.”
“겁만 먹지 말라고 해서 마음 단단히 먹고 하니 어찌어찌 했네요. 다음에 한번 해보세요.”
행사를 모두 마치고 오후에 하산하는데 머리 위로 헬기가 날아간다.
어디로 가지?
그런데 헬기가 내가 올랐던 고독의 길 위를 맴도는 것 같다.
누가 조난당했나 보네.
나는 무사히 마쳤는데 누군가에게는 행운이 안 따랐나 보다.(나중에 알고 보니 벌에 쏘인 알러지 환자를 구조했다고 함)

산행을 마치고 귀가 후 조용히 하루를 정리하며 생각에 잠긴다.
인수 고독의 길 등반코스가 부분 부분 머리 속에서 재생된다.
인수봉 정상에서 하강을 위해 머리의 이마부분을 걸어 내려가던 생각을 하며 몸을 약간 후두둑 떤다.
무릎이 가려워 긁으며 보니 무릎과 정강이가 온통 울긋불긋하다.
인수 야영장이 기온이 낮아 모기가 없다고 해서 발 내놓고 잤더니 온통 모기에 물렸나보네. 모기야? 아니면 파리야?
또다시 멍하니 생각에 잠긴다.
내가 오늘 미친 짓을 한거지?
왠 어울리지 않는 무모함과 과감함이야.
아이구 다시는 하지 말아야지.
한번의 무모함과 경험이면 충분해.

지금 이 후기는 그날에서 한달 정도 지난 시점에 쓰고 있다.
그 사이 모기에 물린 피부는 별 고생없이 가라앉았고, 손가락 끝은 모두 헤졌었다.(주부 습진인가?)
요즈음의 생각은
「인수봉 암벽등반도 할만 했네. 또 한번 기회가 오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