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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리만자로 산행기 4/5
한만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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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te : 2014.01.20 |
| <길만스 피크를 향하여> 눈을 붙인지 5시간도 안되어 가이드가 잠을 깨우는 데, 그 와중에 잠이 제대로 들었는지 정신이 몽롱하다. 잠들기 전까지는 조금만 움직여도 심장이 빨라지는 것 같아 걱정이었으나, 아직 특별한 증상이 느껴지는 것은 없다. 이 박사를 깨우니 자기는 지금도 몸이 정상이 아니라, 정상 정복은 포기해야 할 것 같다고 잘 다녀오기를 바란다고 이야기한다. 하는 수 없이 차 한잔을 마시고, 가이드와 둘이서 출발을 한다. 산장 뒤의 Gillian's Peak까지 수직으로 올라가면 된다고 하는데, 고도차 1000m 밖에 안 되는, 바로 눈 앞에 보이는 저곳이 왜 6시간이 걸린다고 하는지 이해가 안 되었으나, 올라가 보니 그 6시간이 거의 그대로 다 걸렸다. 등산을 하는 내내, 머릿속은 고산증 생각밖에 없었다. 고산증의 첫 번째 증상은 심장이 빨리 뛰는 것이고, 두 번째 증상은 머리가 아파온다. 골치 아픈 것이 조금 더 심해지면 토하기 시작하는데, 가이드말로는 토하면 오히려 조금 진정이 된다고 한다. 하여튼 고산증의 마지막 증상은 죽음이다. 누구는 고산증으로 이렇게 죽었고, 누구는 저렇게 죽었고 하는 이야기를 여러 번 듣는다. 한 걸음 한 걸음씩 발을 내딛으면서, 어떻게 하면 고산병을 피할 수 있을까 계속 생각을 한다. 직감적으로 힘의 소모를 줄이고, 산소공급을 최대한 많이 해주려고 한다. 호흡을 길게, 깊게 들이마시고, 길게 내쉰다. 숨을 내쉴 때는 입술을 다물어서 공기가 천천히 빠져나가게 한다. 이러한 호흡 동작을 발걸음에 맞추어 리드미컬하게 한다. 올라가면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헤드랜턴 불빛의 행렬이 꼬리를 물고 올라온다. 거의 멈춰있는 것 같이 보여도, 시간이 지나면서 가까워지기도 하고 멀어지기도 한다. 꼭대기 근처에서 체격이 건장해 보이는 청년이 바위에 걸터앉아, 가이드의 맛사지를 받고 있다. 고산증이 발병했나 보다. 마지막 100m를 남겨두고는 정말 힘이 들어서도 그런지, 고산증이 걱정이 되어서 그런지 5-6번을 쉬면서 올라간다. 심장이 어떤가? 머리는 아프지 않은가 하는 생각에 몰두하다보니 너무 내가 민감해져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심장도 비정상인 것 같고, 머리도 뒷골이 땡기는 것 같은 느낌이다. 드디어 Gillmann's Peak에 도달했다. 고도가 5700m이다. 드디어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의 고도 보다 400m 더 높이 올라온 것이다. 감격의 격정에 겨워, 가이드를 얼싸안고 기쁨을 나누었다. 킬리만자로의 1단계 관문을 통과한 것이다. 5시간 반이 걸렸다. 그래도 예정시간을 30분은 단축한 것이다. 어제 도착해서 봤을 때는 바로 코앞의 봉우리였는데, 왜 이렇게 시간도 오래 걸리고, 힘이 들었지? 산소부족이 원인인가? 하고 생각해 본다. <킬리만자로 정상을 향하여> 어제 저녁을 5시에 먹었고, 지금이 새벽 5시 이니 12시간 동안 차 한잔 마신 것이 전부이다. 배가 고프니 고산증이고 뭐고 안중에 없다. 바람을 피해서 바위틈에 자리를 잡고, 가져온 간단한 도시락으로 순식간에 아침을 해결한다. 날씨가 추워서 바로 출발을 한다. 능선을 따라 한시간 반을 더 가야 한다고 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길이 평평해지니 마음에 평온이 찾아오고, 고산증 걱정도 없어졌다. 앞으로 올라갈 거리가 200m 인데, 한시간 반이 걸리면 거의 평지란 이야기 아닌가? 꼭대기 길은 완전히 만년설로 덮혀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겨울 눈길 산행은 매우 위험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실은 겨울에 눈 덮인 산처럼 등산이 편한 곳은 없다. 등산로의 울퉁불퉁함이 모두 사라지고 평평해져서 걷기도 편하고, 등산 거리도 짧아지기 때문이다. 또 약간의 쿠션이 있기 때문에 무릎관절에도 좋다. 단 미끄러지면 곤란하다. 6시가 지나자 동녘이 불그래져 온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본 것처럼 동쪽의 한부분이 붉게 물드는 것이 아니고, 동쪽 방향 전체가 붉게 물든다. 해가 뜨는 곳의 위치는 어림짐작이 되지만 나의 시야각에 보이는 지평선 전체가 주황색으로 한 줄의 수평선을 그어 놓은 것 같다. 선의 굵기와 색깔이 거의 일정하다. 고산에서의 해돋이는 해변에서 보는 해돋이와 이런 차이가 있구나 하는 생각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정상에서 사진 한 장 찍고, 시계를 보니 정확히 6시30분이다. 총 7시간이 걸렸다. 설악산으로 치면 설악동에서 대청봉까지 거리 정도 되나? 꼭대기를 표시하는 간판 같은 것이 우리나라의 정상 표지석과 달라 이국적인 맛이 느껴진다. 아프리카의 최고봉, 5895m의 킬리만자로 우후루 봉을 드디어 정복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