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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리만자로 산행기 5/5
한만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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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te : 2014.01.20 |
| <하산> 하산의 발걸음은 가볍다. 가이드를 제치고, 앞서서 날라 간다. 겨울산을 두려워해본 적이 없으니, 아프리카 최고봉이라고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한참을 뛰다가 아직 고도가 5900m 인데 이렇게 뛰어도 되나 하는 생각에 조금 속도를 늦춘다. 되돌아오면서 표식이 있는 봉우리마다 사진을 찍어 기록을 남긴다. 처음 올라왔던 길리안봉에 도착해보니 저 아래 키보산장이 보인다. 설악산 무너미고개에서 비선대까지 30분이면 하산하는 실력이니, 목적지가 보이는 이 정도 거리의 하산은 30분이면 완료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으나, 한 시간이 더 걸렸다. 역시 우리나라에서의 산행과 아프리카 대륙의 최고봉에서의 하산은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키보산장에 도착해보니 8시반! 총 9시간이 걸렸다. 가이드가 이야기한 11시간을 2시간 정도 단축한 셈이다. 배도 고프고, 목도 마르고, 피곤함이 온몸을 감싸고 있지만 무사히 목적을 달성했다는 기쁨이 훨씬 더 크다. 산장에서 기다리던 이박사님과 탄자니아 홍차로 기쁨의 건배를 함께 하였다. 출발 후, 새벽 5-6시경에 되돌아 온 사람이 꽤 여러 명 있었는데, 이들은 고산증으로 중도 하산한 사람들이고, 정상까지 완주한 사람 중에는 제일 먼저 도착했다고 축하해 준다. 이박사도 등산객들이 모두 출발한 이후 조용한 산장에서 혼자 잠을 잘 자고 나니, 배 아프고, 머리 아프던 모든 고산증 증상이 사라졌다고 한다. 어제 저녁을 먹은 지, 16시간 만에 제대로 된 식사를 한다. 피로감에 밥맛도 없고, 누워서 자고 싶은 생각 밖에 없었으나, 식사 후 바로 하산을 해야 한다고 한다. 지금 시간이 오전 9시반, 식사 후 배낭을 이박사에게 맡기고 터덜 걸음으로, 피곤한 발을 이끌고 호롬보 산장으로 하산을 했다. 이 하산길이 이번 산행 중 가장 힘들게 느껴졌다. 호롬보에서 하룻밤을 자고 나서, 다음날 만다라 산장을 거쳐 오후 2시경 공원입구까지 하산을 완료하였다. 공원입구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한 일은 시원한 맥주를 마시는 것이었다. 킬리만자로 등정증명서를 주는 데, 정상을 갔다 온 사람에게만 가이드의 사인을 넣어서 준다. 차를 타고 시내로 오면서 기온이 30도를 넘나드는 더위를 다시 격게 되니, 정말 다시 산으로 올라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집으로 돌아온 지금도 머릿속에는 킬리만자로에서의 시원한 날씨, 새파란 하늘, 이국적인 경치들이 생생하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제일 처음하는 질문이 “표범을 보았느냐?” 이다. 그 답은 “킬리만자로에 표범은 없었다.”입니다. |